시화 및 영상詩

洪海里 시집『독종』

洪 海 里 2012. 11. 24. 12:26

 

                                                                                                                   * 참마

 

 

洪海里 시집『독종』이 나왔다.

 

1부 : 수련 그늘

2부 : 소금과 시

3부 : 금강구두

4부 : 아내새

 

그리고 시집『독종』을 펴내며 ‘시의 길, 시인의 길’로 소신을 밝혔다.

 

自序 「만공滿空」과

1부 ‘수련 그늘’에서 시 몇 편을 뽑아

아름답게 영근 가을 열매들과 함께 올린다.

 

도서출판 북인bookin 출간

값 8천원.  

 

                                                                      * 누리장나무

 

♧ 自序

- 만공滿空

 

눈을 버리면서

나는 세상을 보지 않기로 했다.

 

귀도 주면서

아무 것도 듣지 않기로 했다.

 

마음을 내 마음대로 다 버리니

텅 빈 내 마음이 가득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내 것이라고,

 

바보처럼

바보처럼 안고 살았다.

 

 

2012년 가을날

우이동 골짜기 세란헌洗蘭軒에서

홍해리  

 

                                                                         * 알꽈리

 

♧ 산책

 

 

산책은 산 책이다

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다

살아 있는 책이다

발이 읽고

눈으로 듣고

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

책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

산책을 하며 산 책을 펼친다

느릿느릿,

사색으로 가는 길은 길을 따라

자연경을 읽는다

한 발 한 발.  

 

                                                                     * 작살나무

 

♧ 금강초롱

 

너를 향해 열린 빗장 지르지 못해

 

부처도 절도 없는 귀먹은 산 속에서

 

초롱꽃 밝혀 걸고 금강경을 파노니

 

내 가슴속 눈먼 쇠북 울릴 때까지  

 

                                                                         * 가막살나무

 

♧ 수련睡蓮 그늘

 

수련이 물위에 드리우는 그늘이

천 길 물속 섬려한 하늘이라면

칠흑의 아픔까지 금세 환해지겠네

그늘이란 너를 기다리며 깊어지는

내 마음의 거문고 소리 아니겠느냐

그 속에 들어와 수련꽃 무릎베개 하고

푸르게 한잠 자고 싶지 않느냐

남실남실 잔물결에 나울거리는

천마天馬의 발자국들

수련잎에 눈물 하나 고여 있거든

그리움의 사리라 어림치거라

물속 암자에서 피워 올리는

푸른 독경의 소리 없는 해인海印

무릎 꿇고 엎드려 귀 기울인다 한들

저 하얀 꽃의 속내를 짐작이나 하겠느냐

시름시름 속울음 시리게 삭아

물에 잠긴 하늘이 마냥 깊구나

물잠자리 한 마리 물탑 쌓고 날아오르거든

네 마음 이랑이랑 빗장 지르고

천마 한 마리 가슴속에 품어 두어라

수련이 드리운 그늘이 깊고 환하다.  

 

                                                                   * 까마귀밥여름나무

 

♧ 폭포

 

무슨 말씀을 하려는지

막무가내 내리쏟는 저 한고집,

 

천 년 적막의 고승이

내리치는 죽비다, 할!이다.

 

하얗게 죽어 다시 사는 것을

한 마디 말씀으로 보여주기 위해,

 

스님은 적막을 짓이겨

우뢰 폭탄을 만드셨다.  

 

                                                                        * 겨울딸기

 

♧ 숯

 

나무의 사리

 

썩지 않는 투명한 영혼

 

칼칼한 정신의 다이아몬드

 

죽어서 다시 사는 황홀, 또는 연민.  

 

                                                                           * 정금나무

 

♧ 시가 죽어야 시가 산다

 

시를 쓰지 마라, 시를 죽여라

시를 쓰면 시는 없다

시가 죽은 자리에 꽃이 핀다

죽어야 사는 것이 바로 시다

 

사랑을 나누는 일도 그렇다.  

 

                                                                        * 남오미자

 

♧ 독종毒種

 

1

세상에서 제일의 맛은 독이다.

물고기 가운데 맛이 가장 좋은 놈은

독이 있는 복어다.

 

2

가장 무서운 독종은 인간이다.

그들의 눈에 들지 마라.

아름답다고 그들이 눈독을 들이면 꽃은 시든다.

귀여운 새싹이 손을 타면

애잎은 손독이 올라 그냥 말라 죽는다.

그들이 함부로덤부로 뱉는 말에도

독침이 있다.

침 발린 말에 넘어가지 마라.

말이 말벌도 되고 독화살이 되기도 한다.

 

3

아름다운 색깔의 버섯은 독버섯이고

단풍이 고운 옻나무에도 독이 있다.

곱고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독종이다.

그러나 아름답지 못하면서도 독종이 있으니

바로 인간이라는 못된 종자이다.

 

4

인간은 왜 맛이 없는가?

 

                                                                                           * 화살나무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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