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_DAUM->
시인의 말
부족한 시, 부족의 시, 그래서 시이고 시인이다.
뒤에 '시로 쓴 나의 시론'이란 시치미를 달았다.
입때까지는 입히려고 애를 썼지만
이제부터 벗기고 벗겨 나시裸詩를 만나야겠다.
한 편의 시를 위하여 나를 비우고 또 비운다.
시욕詩慾이다.
시야, 한잔하자!
무자戊子 正月 초사흘,
牛耳洞 골짜기 洗蘭軒에서
홍해리洪海里.
<詩>
복사꽃 그늘에서
돌아서서
새실새실 웃기만 하던 계집애
여린 봄날을 후리러
언제 집을 뛰쳐나왔는지
바람도 그물에 와 걸리고 마는 대낮
연분홍 맨몸으로 팔락이고 있네.
신산한 적막강산
어지러운 꿈자리 노곤히 잠드는
꿈속에 길이 있다고
심란한 사내 달려가는 허공으로
언뜻 봄날은 지고
고 계집애 잠들었네.
돌아서서
새실새실 웃기만 하던 계집애
여린 봄날을 후리러
언제 집을 뛰쳐나왔는지
바람도 그물에 와 걸리고 마는 대낮
연분홍 맨몸으로 팔락이고 있네.
신산한 적막강산
어지러운 꿈자리 노곤히 잠드는
꿈속에 길이 있다고
심란한 사내 달려가는 허공으로
언뜻 봄날은 지고
고 계집애 잠들었네.
황금감옥黃金監獄
나른한 봄날
코피 터진다
꺽정이 같은 놈
황금감옥에 갇혀 있다
금빛 도포를 입고
벙어리뻐꾸기 울듯, 후훗후훗 호박벌 파락파락 날개를 친다
꺽정이란 놈이 이 집 저 집 휘젓고 다녀야
풍년 든다
언제 눈감아도 환하고
신명나게 춤추던 세상 한 번 있었던가
황금감옥은 네 속에 있다.
나른한 봄날
코피 터진다
꺽정이 같은 놈
황금감옥에 갇혀 있다
금빛 도포를 입고
벙어리뻐꾸기 울듯, 후훗후훗 호박벌 파락파락 날개를 친다
꺽정이란 놈이 이 집 저 집 휘젓고 다녀야
풍년 든다
언제 눈감아도 환하고
신명나게 춤추던 세상 한 번 있었던가
호박꽃도 꽃이냐고
못생긴 여자라 욕하지 마라
티끌세상 무슨 한이 있다고
시집 못 간 처녀들
배꼽 물러 떨어지고 말면 어쩌라고
시비/柴扉 걸지 마라
꺽정이가 날아야
호박 같은 세상 둥글둥글 굴러간다
황금감옥은 네 속에 있다.
◇ 『황금감옥』(洪海里 지음·우리글)=시인 홍해리 씨의 새 시집.
삶의 단상을 잔잔한 시어로 풀어낸 시 80여 편이 묶였다.
매화나무, 복사꽃, 겨울비 소리, 보름달 등 자연에서 포착한 시상들.
6000원.
(동아일보, 2008. 4. 12.)
출처 : 우리시회(URISI)
글쓴이 : 홍해리洪海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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