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시가 변용詩篇

도깨비

洪 海 里 2013. 1. 17. 05:02

 

 

도깨비


 

洪 海 里
 

   도깨비

1.
어떤 나라에선 혹 달린 사람들이 씨름을 하고 있다 한다. 
혹도 보통 혹이 아닌 이상한 혹을 몇 개씩 달고 있는 
사람들이라 한다. 절구질, 낚시걸이, 배지기, 허리죄기, 
덧걸이, 손홀치기, 등치기, 다리채기, 팔걸이, 잡채기, 
호미걸이, 빗장걸이는 다 제쳐두고, 때리고, 쥐어뜯고, 
찌르고, 목 조르고, 귀 잡아당기고, 배 차고, 불알 잡아채고, 
손가락을 비틀고, 물어뜯는 기술만 쓰고 있다 한다. 혹 속엔
방망이가 들어 있는지 금 나와라, 뚝딱! 힘 나와라, 뚝딱!
휘두르면서 삿바도 없이 밤낮으로 씨름을 하고 있다 한다.

2.
삭삭삭! 쓱싹쓱싹!
칼을 갈고 있다
시퍼렇게 시퍼렇게
날을 세우고 있다
달빛에 비쳐 보고
별빛마다 비쳐 보며
밤새도록.

싹싹싹! 싸악싸악!
마당을 쓸고 있다
마음까지도
눈이 와도
바람 불고 비가 와도
마당을 쓸고 있다
밤새도록.

히히히! 이히히히!
붉은 웃음을 웃고 있다
푸르게 푸르게 웃고 있다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웃고 있다
밤새도록.

쩡쩡쩡! 딱딱딱!
돌을 깨고 다듬어
다리를 놓고 있다
큰 돌, 작은 돌, 모난 돌,
돌다리를 놓고 있다
어딘가로 가기 위하여
밤새도록.

화악 화악!
불을 밝히고 있다
여기 저기서
푸른 불빛이 솟아오르고
수십 개의 불꽃이
수백 수천 개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피고 있다
밤새도록.

번쩍번쩍!
외눈을 닦는다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다 보려고
방울방울 왕방울 외눈을
닦고 닦는다
눈을 닦는다
밤새도록.

     -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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