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어둠 세상만사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천지의 칠흑 무한 자궁 속 홀로 잠들어 꿈으로 들면 천년 어둠이 흘러왔다 흘러가는 모습이 보였다 귀를 열면 문득문득 들려오는 짜르르 심지를 타고 오르는 기름소리 하나의 끈으로 우주를 밝히면서 빈 곳 없이 속속들이 채우려 해도 어차피 그댈 만나면 그림자로 길게 누워야 하는 숙명 바람 부는 날 숨을 헐떡이며 벼랑에 끝끝으로 서서 홀로 소리치다 소리치다 눈물로 전신을 사뤄 밝히는 호젓한 적막 등 시린 현실이여 그것은 한 점 슬픈 역사일 뿐인가 우수의 입술로 피우는 아름다운 불꽃 아래 그래도 조국은 아름다웠다 잠 가고 꿈만 남아 꿈도 깨이고 빈 방 홀로 밝는 동짓달 쓸쓸한 지창 흔들리는 불빛으로 눈을 씻었다 등잔불만 혼자서 사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