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시가 변용詩篇

옹기민속박물관

洪 海 里 2013. 1. 17. 05:24

 

 

옹기민속박물관

 

 

홍해리(洪海里)

 

 

1
길이 보인다
조상들이 넘던 먼지 풀풀 황토길
그리움으로 젖어 있는
다정한 손길과 발길이
이곳에 오면
불쌍한 누이의 눈물도 맺혀 있고
어머니의 물긷는 소리
할머니의 한숨소리도 담겨 있다
새벽 일찍 거름을 내시던
아버지의 기침 소리
할아버지 바튼 호흡 무거운 어깨
그 너머 나란히 키재기하는
곰살궂은 장독대
햇살은 언제나 따숩게 쏟아지고
잘 곰삭아 익어가는
간장 된장 고추장---
아랫목에 별빛으로 고이는 술내음
소금독에선 소금이 생활의 간을 맞추고
큰 독마다 오곡이 피우는 무지개
곰비임비 사랑을 쌓아 올리는
백제 조선의 마을 고삿고삿
천년 하늘을 씻어내리는
흰옷 입은 사람들의 정성이여,

이곳에 오면
천년이 보인다, 천년이 들린다.

2
멋 부려 꾸미지 않고
비어 있어도

배 불룩하니 느긋한 여유여,
그것은
우리의 누이였고 어머니였다
손을 얹으면 짜르르 피가도는 흙
그렇다, 흙은 우리의 몸
그 몸으로 빚은 우리의 형상들이
이곳에 서서 역사가 되어 있다
땅기운 하늘기운 바람의 혼까지도
신명이 나서 신이 올라서
스스로 노래하는 곳
어머니! 하고 부르면
아버지! 하고 부르면
어머니 아버지가 대답하는 곳
이곳은
문을 열어 놓은 넉넉한 곳간
그렇게 햇살 밝은 집 안팎
할머니 어머니 누이로 서 있고
사랑채 밖에는
할아버지 아버지로 형으로
옹기종기 모여 서 있는, 

이곳에 오면
천년이 들린다, 천년이 보인다.

- 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옹기민속박물관: 서울 도봉구 쌍문동 497-15(전화:9000-900, 

관장:이영자)에 있으며 2000여점의 옹기와 옛생활 용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아름다운 단청도 감상할 수 있음.

 

'고전시가 변용詩篇'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읍사井邑詞  (0) 2013.01.19
헌화가獻花歌  (0) 2013.01.19
휴전선  (0) 2013.01.17
고무신은 추억을 싣고 아직도 가고 있다  (0) 2013.01.17
춘향春香  (0) 2013.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