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법
洪 海 里
눈이 침침해 책을 오래 볼 수가 없다
눈을 감으면
드디어 천 개의 눈이 열리고
귀가 만리 밖까지 트인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책이 눈앞에 펼쳐진다
손으로 책장을 넘길 필요가 없는
향기롭고 아름다운 책
아무리 오래 읽어도 눈이 아프지 않다
나이 들어 시력이 떨어지는 것은
책 다 덮어 놓고 책을 읽으라는
신의 뜻
자연은 갈피마다 주석이 달려 있어
오독할 염려도 없는
가장 크고 위대한 책
마음껏 읽어보는 즐거움은
나이가 거저 주는 축복 아닌가.
- 월간《우리詩》2013. 7월호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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