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정곡론正鵠論』(2020)

<시> 독서법

洪 海 里 2013. 3. 22. 03:49

독서법

 

洪 海 里

 

 

눈이 침침해 책을 오래 볼 수가 없다

눈을 감으면

드디어 천 개의 눈이 열리고

귀가 만리 밖까지 트인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책이 눈앞에 펼쳐진다

손으로 책장을 넘길 필요가 없는

향기롭고 아름다운 책 

아무리 오래 읽어도 눈이 아프지 않다

나이 들어 시력이 떨어지는 것은 

책 다 덮어 놓고 책을 읽으라는

신의 뜻

자연은 갈피마다 주석이 달려 있어

오독할 염려도 없는

가장 크고 위대한 책

마음껏 읽어보는 즐거움은  

나이가 거저 주는 축복 아닌가.

 

                    - 월간《우리詩》2013. 7월호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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