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정곡론正鵠論』(2020)

<시> 입하立夏

洪 海 里 2013. 5. 6. 04:55

 

입하立夏

 

洪 海 里

 

 

 

새소리에서도 물빛 향기가 난다

 

연두 초록으로 날아오르는 산야

 

숲은 이미 감탄사로 다 젖은 밀림

 

무한 천공으로 가득 차는 저 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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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새벽을 적신 비가 고맙다. 때에 맞게 내려온 햇볕이 반가워.

무심코 지나치던 것이 새롭게 다가오는 날은.

초록 숲에 앉았던 바람이 보리밭을 출렁인다. 어떤 향기가

날까. 물에 기댄 실버들 흔들흔들 몸을 말린다. 간밤 연두와

초록을 건너던 꿈이 뻐꾸기 울음 물들었을까.

절기를 몸에 넣어주는 것은 하늘의 일이지만,  이 향기와

색깔을 쓰는 것은 사람의 일이다. 내게 들어온 한 절기를

느낌표로 찍어 훗날 열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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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5. 5. 엊그제 비가 쬐끔 뿌리더니 송홧가루가 마당에 자취를 드러냈다.

뒷산에서는 꾀꼬리가 노랗게 울고 있어 그 울음소리에 송홧가루가 날리는 듯하다.

* 2013. 5. 5. 어린이날이자 立夏!. 올해는 철이 늦어 아직 꾀꼬리는 오지 않았다.

송홧가루도 날리지 않는다.

이제 막 토란이 땅을 뚫고 나오고 검은 콩 몇 개 심은 게 머리를 드러내고 있다.

* 2013. 5. 6.(월) 8 : 30. 집 뒤에서 꾀꼬리가 울었다. 멀리서 왔다고 신고하는 것이었다.

* 5월 14일 초저녁 : 현관 공사를 마쳤는데 뒷산에서 뻐꾸기와 소쩍새가 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소쩍새 울음소리가 더 반가웠다.

* 2013.  5월 15일 : 운수재韻壽齋에 백모란이 벙글었다는 수식이 이메일로 왔다.

아침에 詩壽軒에 나가면서 들르기로 했다.

* 2013. 5. 16.(목) 어제는 막걸리 한 병을 들고 운수재에 가 백모란을 보며 임 보 시인과 백모란과 셋이서

한잔했다. 진이는 오실 님을 기다려 이불을 펴겠다 했는데 모란은 이미 제 몸을 환히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

 * 2017. 4. 29.(토) 올해는 꾀꼬리가 예년에 비해 조금 일찍 왔다.

이른 아침부터 뒤뜰 참나무숲에서 연둣빛으로 노래하는 꾀꼬리, 고맙다!

* 2019. 4. 30. 올해 立夏는 5월 6일! 아직 꾀꼬리 소식이 없다.

* 2020년 올해 입하는 5월 5일 어린이날과 겹친다.

* 2022.05.02. 올해도 어린이날과 입하가 겹친다. 꾀꼬리는 아직 오지 않았고 송홧가루는 마당가에 모이기

시작했다. 운수재 백모란은 며칠 전에 벌써 만개, 신방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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