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시> 꽃불놀이 한때 - 치매행致梅行 · 224

洪 海 里 2017. 3. 19. 05:28

 

꽃불놀이 한때

- 치매행致梅行 · 224 


洪 海 里


 


봄이라고 엽서가 왔다

글씨 한 자 없다

모도 없고 각도 없다

 

산 나무가 향기롭게 타오르고

불자동차가 빨갛게 달려가고

하늘이 누렇게 콜록거리고

사람들이 실성해서 날아다니고

온 산하에 서늘한 불이 타오르고

여자들 웅덩이에 물이 넘치고

 

나들이하는 제비꽃 각시붓꽃 양지꽃 처녀치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집엔 봄이 오지 않는다

꽃이 피지 않는다.


 


 

* 춘란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