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
洪 海 里
너 없이는 한시도 못 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다니
찔레꽃 피우지 말아라
내 생각도 하지 말거라
네 하얀 꽃잎 상복 같아서
내 가는 길 눈물 젖는다
한갓된 세상 모든 것
있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두어라
아픔도 때로는 얼마나 아름다우냐
발자국 남기지 말고 가거라
먼 길 갈 때는 빈손이 좋다
텅 빈 자리 채우는 게 삶이다
한때는 짧아서 아름다운 법이란다.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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