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바람에 홍어 두 마리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한겨울 다 견디고 꾸덕꾸덕해지면 얼마나 깊은 맛을 낼까요.
햇살의 단맛, 바닷바람의 짠맛, 이른 새벽의 상쾌한 맛,
오랜 시간의 감칠맛, 다 담겨 있을 듯합니다.
-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동아일보 2020. 2. 10.)
쑹화단松花蛋
洪 海 里
잘 삭힌 홍어처럼이나
오리알이 푹 삭고 나면
제 몸속에 송화를 피운다
꾀꼬리 울 때
노랗게 날리는 송화가루
그 사이를 날아
새는 소나무 속으로 숨고
알은 썩어서도
꽃을 피워 제 몸을 연다
드디어
백자 접시에 현현하니
천하 진미 따로 없다.
* '피단皮蛋'이라고도 불리는 삭힌 오리알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 월간《우리詩》2013.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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