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꽃 이는 것을 보며
洪 海 里
내 몸속에는 몇 만 평의 무논이 펼쳐져 있는 것일까
몇 천만 포기의 벼가 소리 소문도 없이 짝짓기를 즐겼을까
하늘은 저 무량한 세상을 내려다보며 얼마나 흐뭇했으랴
바람은 또 포기 사이사이를 지나다니며 박수치고 축복했으리라
물은 물대로 바닥에서 포기마다 뼈를 세워 주려고 무진무진 애를 썼으리라
하면,
이 몸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푸른 하늘과
맑은 물과 바람과 흙,
뜨거운 햇볕과
아버지의 짜디짠 여든여덟 말의 땀과
어머니가 아침저녁으로 부뚜막에 떠 놓은 수천 수만 대접의 정성이
내 몸속에 한도 끝도 없이 흐르고 있으니
이 한 몸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백중百中 전날
괴산 아성阿成마을에 가서
벼꽃 이는 것을 바라보다
흘러가는 흰 구름을 하염없이 핥고 있었네.
- 시집『독종』(2012, 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