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집『금강초롱』(2013)

천남성

洪 海 里 2013. 7. 2. 19:34

천남성天南星

 

洪 海 里

 

 

남쪽 하늘에 뜬 별을 보고

첫 남자를 그리워하다

죽어서 천남성이 된 코브라 같은 여자

천의 사내들[千男性]이 저를 거쳐갔다고

그래도 첫 남자가 그립다고

젓대 소리 들리지 않아도

상반신을 곧추세워

춤을 추었던 것인가

독을 뿜으려 고개를 흔들었던 것인가

온몸이 바소[披鍼]가 되어 사내들을 째려는 듯

째려보는 저 눈

슬픔으로 가득한 저 눈

이제는 하늘 한 번 올려다보지 못하는

천남성天南星으로 피어 있는 저 여자.

 

 

* 김명옥 화가 그림.
*현시훈 님의 페북에서 옮김.(2024.04.09.)

'꽃시집『금강초롱』(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미꽃  (0) 2013.07.03
홑동백꽃  (0) 2013.07.02
벼꽃 이는 것을 보며  (0) 2013.07.02
맥문동  (0) 2013.07.02
층꽃풀탑  (0) 2013.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