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커니 잣거니』(미간)

해오라비난초

洪 海 里 2013. 7. 3. 05:11

 

 

 

 

해오라비난초

 

洪 海 里

 

 

 

조카사위 간 날 너를 만났다

해오라비난초!

 

장례식장

신발마다 동서남북 제각각 갈 길을 향하고 있었다

영정 속에 갇혀 있는 저 생생한 사내

겨우 사십을 살고 가는 저 사내 가는 길이나 알까

한쪽에서는 벌써 불콰한 얼굴들이 소주잔에 빠져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옆에는 검은 치마 저고리들이 훌쩍이고 있었다

겨우 인생 초반을 살고 떠난 사내

조카사위! 하고 한 번 불러 보지도 못한 사내

아홉살과 여섯살은 잔칫집인 듯

문상객들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천진과 난만이 어디까지이고 언제까지일까.

 

세상에, 세상에, 무엇이 그리 급해

울울창창 사십에 이승을 버리고 가나

부모 앞서 가는 것을 참척慘慽이라 하니

얼마나 참혹한 일인가

누군들 오가는 것을 알 수 있으랴만

누군들 오가는 걸 막을 수 있겠느냐만

그래도 그래도 사람이 하늘이라 했는데

청청벽벽靑靑碧碧 인생 마흔은 돌아설 수 없는 나이

가는 곳이 잔치마당이라면 얼마나 좋겠느냐

저 검은 꽃 한 송이 어쩌란 말이냐

울음에 북받쳐 헉헉대는 목쉰 꽃 한 송이

넋이 나간 저 꽃을 어쩌란 말인가.

 

부디, 좋은 곳으로 가거라

해오라비처럼 날아가거라!

 

 - 월간《우리詩》2023. 7월호.

 

* 해오라비난초 : http://blog.daumlnet/jib17에서 옮김.

 

* 해오라기(해오라비는 방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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