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라비난초
洪 海 里
조카사위 간 날 너를 만났다
해오라비난초!
장례식장
신발마다 동서남북 제각각 갈 길을 향하고 있었다
영정 속에 갇혀 있는 저 생생한 사내
겨우 사십을 살고 가는 저 사내 가는 길이나 알까
한쪽에서는 벌써 불콰한 얼굴들이 소주잔에 빠져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옆에는 검은 치마 저고리들이 훌쩍이고 있었다
겨우 인생 초반을 살고 떠난 사내
조카사위! 하고 한 번 불러 보지도 못한 사내
아홉살과 여섯살은 잔칫집인 듯
문상객들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천진과 난만이 어디까지이고 언제까지일까.
세상에, 세상에, 무엇이 그리 급해
울울창창 사십에 이승을 버리고 가나
부모 앞서 가는 것을 참척慘慽이라 하니
얼마나 참혹한 일인가
누군들 오가는 것을 알 수 있으랴만
누군들 오가는 걸 막을 수 있겠느냐만
그래도 그래도 사람이 하늘이라 했는데
청청벽벽靑靑碧碧 인생 마흔은 돌아설 수 없는 나이
가는 곳이 잔치마당이라면 얼마나 좋겠느냐
저 검은 꽃 한 송이 어쩌란 말이냐
울음에 북받쳐 헉헉대는 목쉰 꽃 한 송이
넋이 나간 저 꽃을 어쩌란 말인가.
부디, 좋은 곳으로 가거라
해오라비처럼 날아가거라!
- 월간《우리詩》2023. 7월호.
* 해오라비난초 : http://blog.dauml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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