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시집 1979~1981/『원단기행元旦記行』(1981)

꿈꾸는 바위의 일장춘몽

洪 海 里 2013. 7. 15. 17:48

 

꿈꾸는 바위의 일장춘몽

 

洪 海 里

 

 

피라는 꽃은 피지를 않고

시든 이파리 사이 떨어지는 우수의 꽃잎

피로와 권태의 물결이 밀려오는

우리들의 마을 길섶마다

더욱 빛나는 바랭이 발가벗고 춤춘다

그 밑엔 독버섯도 위대한 듯 호화롭다

돌무더기엔 임자 없는 개똥참외가 있을까

옛날 이야기야 잃어버린 전설이야

주름살과 굳은살투성이

시퍼런 힘줄로 흘러가는 고달픔의

오 꿈이여 신나는 빛깔의 생명이여

바람 한 장 한 장마다 꿈을 날려

곳간마다 가득한 침묵의 소리가 들리는

봄밤 언뜻 떠오르는 작은 섬

한마디 말씀으로 이룰 수 있는 작은 섬

나의 눈을 점령한 보이지 않는 형상

우리 귀를 장악한 들리지 않는 소리

오 생명이여 꿈꾸는 바위의 일장춘몽이여

빈 마당 가득 뒹구는 잡초들의 씨

오 꿈이여 꿈꾸는 바위의 일장춘몽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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