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바위의 일장춘몽
洪 海 里
피라는 꽃은 피지를 않고
시든 이파리 사이 떨어지는 우수의 꽃잎
피로와 권태의 물결이 밀려오는
우리들의 마을 길섶마다
더욱 빛나는 바랭이 발가벗고 춤춘다
그 밑엔 독버섯도 위대한 듯 호화롭다
돌무더기엔 임자 없는 개똥참외가 있을까
옛날 이야기야 잃어버린 전설이야
주름살과 굳은살투성이
시퍼런 힘줄로 흘러가는 고달픔의
오 꿈이여 신나는 빛깔의 생명이여
바람 한 장 한 장마다 꿈을 날려
곳간마다 가득한 침묵의 소리가 들리는
봄밤 언뜻 떠오르는 작은 섬
한마디 말씀으로 이룰 수 있는 작은 섬
나의 눈을 점령한 보이지 않는 형상
우리 귀를 장악한 들리지 않는 소리
오 생명이여 꿈꾸는 바위의 일장춘몽이여
빈 마당 가득 뒹구는 잡초들의 씨
오 꿈이여 꿈꾸는 바위의 일장춘몽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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