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느림보경寶經 - 치매행致梅行 · 96

洪 海 里 2014. 4. 16. 04:51

느림보경寶經

  - 치매행致梅行 · 96

 

洪 海 里

 

 

상현이 점점 둥글어지듯이

보름달이 조금씩 비워내듯이

 

둘레둘레 둘러보며

느럭느럭 걸어서

 

영혼을 찾아가는

단풍나무 길을 지나

 

햇빛과 물을 다 토해 낸 들녘에서

영원 속으로 걸어갈 때

풀처럼이나 강물처럼이나

 

혹은 이별을 고하는

각두殼斗에 고이는 적막으로

나무처럼이나 바위처럼이나

 

한 자[尺]씩, 한 자씩,

발바닥이 읽는 무한 경전을 따라

 

보름달이 서서히 비워내듯이

상현이 천천히 둥글어지듯이

 

아내여,

너와 나 그렇게 살다 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