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경寶經
- 치매행致梅行 · 96
洪 海 里
상현이 점점 둥글어지듯이
보름달이 조금씩 비워내듯이
둘레둘레 둘러보며
느럭느럭 걸어서
영혼을 찾아가는
단풍나무 길을 지나
햇빛과 물을 다 토해 낸 들녘에서
영원 속으로 걸어갈 때
풀처럼이나 강물처럼이나
혹은 이별을 고하는
각두殼斗에 고이는 적막으로
나무처럼이나 바위처럼이나
한 자[尺]씩, 한 자字씩,
발바닥이 읽는 무한 경전을 따라
보름달이 서서히 비워내듯이
상현이 천천히 둥글어지듯이
아내여,
너와 나 그렇게 살다 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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