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시> 개망초꽃 추억 / 이동훈(시인)

洪 海 里 2013. 12. 11. 05:10

개망초꽃 추억

 

洪 海 里




막걸리 한잔에 가슴 따숩던

어둡고 춥던 육십년대

술 마셔 주고 안주 비우는 일로

밥벌이하던 적이 있었지

청주 서문동 골목길의 막걸리집

인심 좋고 몸피 푸짐한 뚱띵이 주모

만나다 보면 정이 든다고

자그맣고 음전하던 심한 사투리

경상도 계집애

좋아한다 말은 못하고

좋아하는 꽃이 뭐냐고 묻던

그냥 그냥 말만 해 달라더니

금빛 목걸이를 달아주고 달아난

얼굴이 하얗던 계집애

가버린 반생이 뜬세상 뜬정이라고

아무데서나 구름처럼 피어나는

서럽고 치사스런 정분이

집 나간 며느리 대신

손자들 달걀 프라이나 부치고 있는가

지상에 뿌려진 개망초 꽃구름

시월 들판에도 푸르게 피어나네

                 -『금강초롱』, (도서출판 움, 2013.)

 

* 꽃에 우열이 있을까마는 개망초는 어디든 잘 자라고 너무 흔하기도 해서 대접이 시원찮은 편이다.

또 그 점을 높게 사서 생명력이 강한 친서민적인 꽃으로 주목 받기도 한다.

시인에게 개망초는 추억의 한때를 관통하여 지금도 “푸르게 피어나”는 꽃이다.

막걸리로 생의 허기를 달래며 길을 찾아 방황하던 “어둡고 춥던” 날에도 정을 주고 정을 내는 마음이

있어 알전구 켜지듯 개망초꽃 핀다.

“금빛 목걸이”, “얼굴이 하얗던 계집애”, “달걀 프라이”는 꽃술이 노랗고 가장자리가 하얀 개망초 꽃잎에서

연상한 이미지일 텐데 가벼운 인연과 그것마저 통속화되는 세상 이치를 생각하게 한다.

“가버린 반생이 뜬세상 뜬정이라고/ 아무데서나 구름처럼 피어나는/ 서럽고 치사스런 정분”이란 구절이

서정적이면서도 절묘하다. 속되면서도 사뭇 아름다운 인상을 남기는 것은 왜 그런 것일까. 인생 자체가

통속이라서 그런 걸까. 때를 기다렸다가 개망초꽃에게 물어볼 일이다.

                    - 이동훈(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