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꽃
洪 海 里
한여름 땡볕에 서서
한 사내가 아내의 누런 수염을 흩날리며
우주의 소리를 모으고 있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달밤이면 음계를 모아 소리통에 담고 있었다
도시라솔파미레도
달빛에 서걱이는 칼 부딪침 소리
알알이 박인 소리통을 채우고 있었다.
한낮 땡볕으로 익힌 가락
달 밝은 한밤이면 가락을 엮어
줄줄이 풀어내는 소리춤이 경쾌하다
발장구치며 뽑아내는 시원한 소리
멍석 위 한 사내가 하모니카를 불고 있다
별 하나, 별 둘, 떨어져 내리고
견우가 직녀 찾아 은하수를 건너고 있다
오늘이 칠석인지도 모르겠다.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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