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너무'와 '같아요!'

洪 海 里 2013. 8. 2. 04:48

 

'너무'와 '같아요!'

 

洪 海 里

 

 

'너무'가 빠지면 말이 되지 않는다

'같아요!'가 없으면 말을 하지 못한다

 

너무 감사한 것 같아요

너무 예쁜 것 같아요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

너무 맛있는 것 같아요

너무 멋있는 것 같아요

너무너무 좋은 것 같아요

너무 사랑하는 것 같아요

너무 고마운 것 같아요

너무 기쁜 것 같아요

맞는 것 같아요

 

길거리에서, 버스에서, 전화로, 문자로,

라디오에서, 식당에서, 경기장에서,

집에서, 학교에서, 노인정에서, 찜질방에서,

스마트폰으로, 텔레비전에서……,

 

너도 나도 '너무, 너무너무'요, '같아요, 같아요'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너무'가 지천인 언어의 천지

지나치지 않고 꼭 맞는 확실한 것은 어디 있는가

'같아요!'가 넘쳐나는 욕망이 죽어버린 나라

같은 것 같은 짝퉁만 있고 진짜는 어디 갔는가

입에서 나오는 말이 추측과 불확실한 단정일 뿐

확실한 건 하나 없고 '나'도 거세된 세상

"정말 너무들 하는 것 같아요!"

 

영혼이 없는 허깨비 말들

너무 너무하는 사람들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 '너무'의 뜻 : 정도에 지나치게

* '같다'의 뜻 : 추측이나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냄

* '너무'를 대신할 말 : 정말, 참, 아주, 진짜, 대단히, 많이, 엄청, 굉장히, 참으로, 무척, 진실로

* 요즘 언어에는 자기 자신이 없다. 자신의 욕망이 다 죽어 버렸다.

  원초적인 인간의 욕망까지도 불확실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 2016)

* 박성환 님의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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