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가곡·문화글판·기타

꽃피는 밤 창가에서

洪 海 里 2014. 1. 11. 10:57

[산책로에서] 데일리전북

 

꽃피는 밤 창가에서...洪海里

2013년 04월 06일 (토) 16:08:55 페친 홍해리님 www.facebook.com/hongpoet

창은 기억의 꽃이 피는 항구
기억이 소유하는 그리운 사람들이
의식의 까마귀를 날리며
무시로 목선을 타고 출항한다

암흑의 바다 위로
사상의 골편들이 무겁게 떠오르는
영혼은 하늘 가득 날아 갔다가
언제나 자유를 노래하며 돌아온다

바람이 뽀얀 배꼽을 내놓고
영혼의 안경을 닦고 있으면
의식의 내면으로 흐르는 물결따라
꽃은 화안히 대낮처럼 열린다

신들은 돌다리 밑에서 미역감으며
값싼 철학으로 영혼의 피부를
끝없이 문지르고 있다

항아리는 어둠의 여울목에서
무게 많은 감정의 달을 잉태하고
그 차가운 달 측면의 감촉으로
가슴을 여는 밤구름
깊은 사유의 중간 쯤
나의 방황은 태동을 느낀다.

- 시집『投網圖』(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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