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영춘화와 함께 하는 봄꽃의 향연

洪 海 里 2014. 2. 9. 18:53

 

영춘화迎春花

- 默默

 

洪 海 里

 

 

날 사랑하느냐

물어도,

 

 

너는

겨우내 부답이었지요.

 

봄이 오면,

 

애잎으로

수줍게 말하겠지요.

 

 

꽃을 피워도

향은 없으니 색으로 답하겠지요.

 

 

 

동백꽃 속에는 적막이 산다

 

 

洪 海 里

 

 

 

 

뚝!

 

 

꽃다지꽃


1.
꽃에서 꽃으로 가는 완행열차
나른한 봄날의 기적을 울리며 도착하고 있다
연초록 보드란 외투를 걸친 쬐그마한 계집애
샛노랗게 웃고 있는 앙증맞은 몸뚱어리
누가 천불나게 기다린다고
누가 저를 못 본다고
포한할까 봐 숨막히게 달려와서
얼음 녹아 흐르는 투명한 물소리에, 겨우내내
염장했던 그리움을 죄다 녹여, 산득산득
풀어 놓지만 애먼 것만 잡는 건 아닌지
나무들은 아직도 생각이 깊어 움쩍 않고
홀로 울고 있는 초등학교 풍금소리 가득 싣고
바글바글 끓고 있는 첫사랑,
꽃다지꽃.

 

 

 

2.

오슬오슬

귓속 솜털 사이로

간지럽게 날아들던

낮으막한 풍금 소리

사뿐사뿐 눌러 대던

갓 졸업하고 온

처녀 선생님

하얀 손가락

3학년이었던가

5학년 때였던가

아련히 피어 있는

꽃다지꽃.

 

 

 

 

 

유채꽃

 

내가 쓰는 글마다

하나같이 노란 연서 같다

성산 일출 바다가 풀어놓는 물감보다

시적인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세상이 온통 노랗다

어쩌자고

제주 현무암처럼

내 가슴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가

봄이 오면

 

 

홑동백꽃

 

내가 한 가장 위대한 일은 너에게 '사랑해!' 라고 말한 것이었다

 

젖은 유서처럼

 

낮은 울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는 네 입술이 내게 다가온 순간이었다

 

나를 덮는 한 잎의 꽃

 

아지랑이 아지랑이.

 

 

 

꽃에게

 

 

아프다는 말 하지 마라.

 

 

그 말 들으면,

 

 

나도 아파 눈물이 진다.

 

 

 

     * 영춘화 : http://blog.dua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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