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를 보며
- 치매행致梅行 · 27
洪 海 里
처음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이
모든 것이 설레기만 하지
파스텔 톤으로 흐르는
봄날이 그렇지 않던가
첫날밤의 물소리 금방 그치고
한여름 뙤약볕 지나 벌레들 우는 소리
나이 들면 물들고 벌레 먹고
수줍음은 어디로 갔는지
다 벗고도 당당한 것들
이파리로 발등만 가리고
바스락바스락거리는 시린 영혼
봄은 머지않아 또 오겠지만
가도가도 제자리인 것을
은인하고 자중하라 이르는 나무들
하늘과 땅을 위하여
가장 맑고 깊은 노래를 부르며
수직으로 서 있는
나무를 보며 아내는 묻습니다
저게 뭐야
저게 뭐야 하고 묻고 또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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