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따뜻한 詩 / 얼음 폭포 : 洪海里

洪 海 里 2014. 3. 7. 20:17

따뜻한 詩

 

이 범 철(시인)

 

  시는 자연과 사물을 대상으로 노래한다. 그리고 주변의 일상과 지나가는 풍경을

노래한다. 빠르게 달리는 차안에서 많은 풍경들이 스쳐 지나가듯이 수많은 일상과

삶의 단면과, 그리고 나무와 산과 강이 주변에 있다. 시 또한 그 가운데에서 출발된다.

시의 대상이다. 그런데 거기에 사람의 냄새가 빠진다면 온기가 없어진다. 어찌 보면

모든 아름답고 좋은 시는 사람의 이야기가 온전히 깊은 통찰과 울림이 배어있는 시다.

떨어지는 폭포는 아름답고 웅장하고 보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쓸어내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폭포를 좋아한다. 그래서 폭포를 보고 수많은 시인들이 노래하였다.

그러나 폭포에 대한 시가 모두 좋은 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폭포에 대한 시 한편을 소개한다.

 

 

천년을 소리쳐도 알아듣는 이 없어

 

하얗게 목이 쉰 폭포는

 

내리쏟는 한 정신으로

 

마침내 얼어붙어 바보경전이 되었다

洪海里, 「얼음 폭포」 전문

 

 

  얼어붙은 폭포를 노래하였다. 마음이 울린다. 그러다가 한동안 마음이 얼어붙는다.

왜 이 시는 따뜻한가. 폭포를 보고 말하되 폭포에만 머무르지 않고 시인의 ‘인간을

향한 감수성’이 폭포와 함께 떨어지다가 얼어붙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 순간 읽는 이의

마음도 폭포처럼 목이 쉬도록 경전을 읽다가 얼어붙고 마는 것이다. 시는 풍경화만으로

끝났을 때는 읽은 이의 마음을 울릴 수 없다. 독자의 마음을 울릴 수가 없다면 좋은 시가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요 독자들은 그 시를 좋은 시라고 말하지 않는다.

인간 사회의 가장 더럽고 어두운 골목에서도 시는 용감하고 당당히 아름다움을 건져

린다. 그 따뜻한 시선은 시인의 시적 언어의 형상화 작업을 거쳐 드디어 시로서

아름답게 반짝인다. 시의 위대함은 거기에 있다. 시가 인간을 떠난다면 단지 개인의

일기장이나 메모 정도로 끝이 날 것이다. 모든 대상을 노래하되 그것이 대상 자체로

또는 인간의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라면 감동도 따라올 수 없다.

  예술이 그렇다. 인간을 표현하는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를 포함한 예술이 인간을 떠난다면 그저 자연의 일부나 사물로 밖에는 취급될 수

없는 이유다. 예술이, 시가 존재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 월간《우리詩》2014.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