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물
- 치매행致梅行 · 127
洪 海 里
먹물은 오징어 속에나 있는 줄 알았지
내게도 있는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보이는 것도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
들리는 것도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
내 속도 모르는 사내가, 어찌
아내 속을 볼 수가 있겠습니까
아내의 나라를 알 수 있겠습니까
나는 몸속에 먹물만 시커멓습니다
내 속은 먹줄이 뒤엉킨 먹통입니다
쓰지도 못하는 낡은 먹통이라서
해가 떠도 어둡고
달이 떠도 캄캄합니다
내 마음에 먹물옷 입혀
산속으로 보낼까, 하여
죽비
할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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