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욤
- 치매행致梅行 · 128
洪 海 里
산천에 단풍 들고
서리 내리면
밤고개 마루턱 밭머리
고욤나무 이파리마다 물이 들고
고욤이 조롱조롱 달렸습니다
학교 파하고
집에 가는 길
맨발로 나무에 기어올라가면
살보다 씨가 더 많은 고욤이
떫고 달았습니다
한평생 살아온 인생도
단풍 들고 서리 내리면
떫으면서도
단물이 든 살도 조금은 있어
그것도 행복이라 쪽쪽 빨아 봅니다
고욤이 감보다 달다 하나
고욤 일흔이 감 하나만 못하지만
검붉은 떫은맛에 생도 달게 익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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