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고욤 -치매행致梅行 · 128

洪 海 里 2014. 7. 12. 05:25

고욤

- 치매행致梅行 · 128

 

洪 海 里

 

 

 

산천에 단풍 들고

서리 내리면

밤고개 마루턱 밭머리

고욤나무 이파리마다 물이 들고

고욤이 조롱조롱 달렸습니다

학교 파하고

집에 가는 길

맨발로 나무에 기어올라가면

살보다 씨가 더 많은 고욤이

떫고 달았습니다

한평생 살아온 인생도

단풍 들고 서리 내리면

떫으면서도

단물이 든 살도 조금은 있어

그것도 행복이라 쪽쪽 빨아 봅니다

고욤이 감보다 달다 하나

고욤 일흔이 감 하나만 못하지만

검붉은 떫은맛에 생도 달게 익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