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먹물 - 치매행致梅行 · 127

洪 海 里 2014. 7. 12. 02:06

먹물

- 치매행致梅行 · 127

 

洪 海 里

 

 

 

 

먹물은 오징어 속에나 있는 줄 알았지

내게도 있는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보이는 것도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

들리는 것도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

내 속도 모르는 사내가, 어찌

아내 속을 볼 수가 있겠습니까

아내의 나라를 알 수 있겠습니까

나는 몸속에 먹물만 시커멓습니다

내 속은 먹줄이 뒤엉킨 먹통입니다

쓰지도 못하는 낡은 먹통이라서

해가 떠도 어둡고

달이 떠도 캄캄합니다

내 마음에 먹물옷 입혀

산속으로 보낼까, 하여

죽비를 힘껏 내리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