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 치매행致梅行 · 132
洪 海 里
애들이 돌아가고 난 뒤
뒤가 허전한지
지나온 길이 언뜻 떠오르는지
아내는 가족사진 앞에 한참을 서 있습니다.
"얘는 누구야?"는 물음에
"누군지 몰라?" 하면 웃습니다
아들을 가리키고 며느리를 가리킵니다
가리산지리산하는 아내에게
"아들도 모르겠어?"
"며느리를 몰라?"
퉁명스런 말투의 사내는 바로
작대기찜질을 당해도 싼
남편이란 작자
빈 지게 하나 제대로 받치지 못하는
뻣뻣하고 멋없는 사내에게
"이건 누구야?" 딸아이를 기리키며 묻습니다
아내는 그냥 웃기만 하지만
선미한 그 웃음 하나 하나
내 가슴에 금가는 소리로 와 박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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