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어른아이 - 치매행致梅行 · 134

洪 海 里 2014. 8. 17. 04:51

어른아이

- 치매행致梅行 · 134

 

洪 海 里

 

 

 

어린아이는 한번 가르쳐 주면

바로 배우고 익혀 제 것으로 만듭니다

어른아이는 열 번을 반복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백 번 반복해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사십여 년 교단에 섰던 사내

그 세월만큼 아이들을 가르친 아내

남편이 아내를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수신修身 다음에 제가齊家하라 했는데

언제 치신治身 평가平家를 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저것 다 하려 들지 말고

할 일을 하라 하고

이 길 저 길 다 가려 말고

갈 길로 가라 하는데

사는 게 별것 아니라 해도

가야 할 세상 끝의 길

사나나달 헤매다 끝이 난다 해도

손에 닿는 것마다 입으로 들어가는

어린이처럼이라도

아내가 어린이만 같다면 좋으련마는

이미 어른이가 된 아내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천방지방입니다. 

 

 

 
 
* http://cafe.daum.net/yesarts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