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시> 항아리 미학

洪 海 里 2014. 10. 23. 18:04

항아리 미학

 

洪 海 里

 

 

홀로 있을 때나 함께 있을 때나

몸도 마음도 다 비워 당신께 드리나니

비어 있는 자리를 채우시든지

그냥 비어 있게 하시든지

푸른 하늘 흰 구름 솔바람소리

속살로 속살대는 속치마 하얀 빛깔

다만 그런 것들로 채우시든지

비록 별이 없는 밤이라도

별빛 받아 빛나는 별이 되게 하시든지

밤마다 버리지 못하는 꿈으로 바장이도록

그냥 내버려 두시든가

사랑이란 싸고 또 싸서 감추고

드러내지 못해 안달하느니

날마다 혼절하는 그리움 멀어

기다리다 기다리다 별로 돋을까

늘 가득차 있음을 깨닫지 못하도록

폭우가 쏟아져 덮칠 때까지

파도가 밀려와 때릴 때까지

바람이 불어와 울릴 때까지

복사꽃 피어 만발할 때까지.

 

-  '우이동 시인들' 제10집《잔 속에 빛나는 별》(1991. 12.. 작가정신)

    우이동 시인들 : 이생진, 임 보, 채희문, 洪海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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