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겨울 들녘 -치매행致梅行 · 143

洪 海 里 2014. 12. 12. 04:46

겨울 들녘

-치매행致梅行 · 143

 

洪 海 里

 

 

 

 

가득 품고 있던 것들

다 내주고

텅 빈 채 누워 있는 저 들판을 보면,

 

한평생 끌어모아

애지중지하던 것들

얼마나 하찮은 허섭스레기인가.

 

비웠다고 가난해 보이겠는가

좀 부족하면 또 어떤가

성자의 얼굴 같은 저 들녘을 보라.

 

철새 떼 내려와 눈발에 발을 씻고

발자국들이 들을 녹이고 있어

머잖아 봄이 오는 소리 보는 듯 들리겠다.

 

 

* 지금 아내는 모든 것을 다 내준 들녘 같습니다.

집사람에게도 봄이 오는 소리가 들렸으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