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꽃
- 치매행致梅行 · 148
洪 海 里
물새가 발가락으로 모래 위에 꽃을 그립니다
물새는 발이 손이라서 발로 꽃을 피웁니다
하릴없이 파도에 지고 마는 꽃이지마는
모래는 물새를 그려 꽃을 품고 하얗게 웁니다.
물새는 날아올라 지는 꽃을 노래합니다
꽃이 피었다 지는 간격이 한평생입니다
사람도 사랑도 물결 사이에서 놀다 갑니다
오늘도 모래꽃 한 송이 피워 올리다 갑니다.
* 꽃이 피었다 지는 간격이 한평생이며, 사람도 사랑도 물결 사이에서 놀다 간다고 말하는「모래꽃」은 홍해리 시인의 신간 시집「치매행致梅行」의 148번째 시 전문이다.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를 곁에서 돌보며 쓴 시인의 간병기를 시인은 치매癡呆가 아니라 치매는 致梅. 매화에 이르는 길이라고 썼다. 하릴없이 파도에 지고 마는 꽃이지마는 지는 꽃을 품고 하얗게 우는 시인의 절절한 사랑이 ‘癡呆’를 ‘致梅’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 유 진(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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