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모래꽃 - 치매행致梅行 · 148

洪 海 里 2015. 2. 4. 05:10

모래꽃

- 치매행致梅行 · 148

 

洪 海 里

 

 

 

물새가 발가락으로 모래 위에 꽃을 그립니다

물새는 발이 손이라서 발로 꽃을 피웁니다

하릴없이 파도에 지고 마는 꽃이지마는

모래는 물새를 그려 꽃을 품고 하얗게 웁니다.

 

 

물새는 날아올라 지는 꽃을 노래합니다

꽃이 피었다 지는 간격이 한평생입니다

사람도 사랑도 물결 사이에서 놀다 갑니다

오늘도 모래꽃 한 송이 피워 올리다 갑니다.

 

 

 

 * 꽃이 피었다 지는 간격이 한평생이며, 사람도 사랑도 물결 사이에서 놀다 간다고 말하는「모래꽃」은 홍해리 시인의 신간 시집「치매행致梅行」의 148번째 시 전문이다.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를 곁에서 돌보며 쓴 시인의 간병기를 시인은 치매癡呆가 아니라 치매는 致梅. 매화에 이르는 길이라고 썼다. 하릴없이 파도에 지고 마는 꽃이지마는 지는 꽃을 품고 하얗게 우는 시인의 절절한 사랑이 ‘癡呆’를 ‘致梅’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시인의 말대로 치매는 무념무상의 세계, 어린아이처럼 맑고 순수한 마음을 갖게 되는 길일지는 모르지만 환자를 보살피는 가족에겐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한다. 치매가 환자에겐 천국이지만 가족에겐 지옥인 병이라고 할 만큼 인내와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다.
  임보 원로시인이 ㅡ‘시집『치매행致梅行』은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를 곁에서 돌보며 쓴 시인의 간병기다. 이는 은산철벽銀山鐵壁을 향한 기도의 노래며, 날마다 떠나가는 아내에 대한 길고 긴 이별의 노래며, 다하지 못했던 사랑에 대한 참회록이며, 아픈 헌사獻詞다. 또한 덧없는 삶에 대한 명상록이며, 세상을 일깨우는 경구警句이기도 하다. ‘라고 쓴 표사글에서도 만날 수 있듯이
칠흑 같은 밤을 걸으며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를 간병하며 그 길고 긴 고통의 이별인 중에 있으면서도 감정절제와 언어절제로 함축시켜 형상화 시킨 모래꽃...... 이렇게 癡呆를 매화에 이르는 길로 승화 시킬 수 있는 것은 시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하릴없이 파도에 지고 마는 꽃이지마는
오늘도 모래꽃 한 송이 피워 올리다 갑니다."
  꽃이 피었다 지는 간격 속에서 이 모래꽃 한 송이가 어찌 이리도 아프고 따뜻해지는지..... 

  - 유 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