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 치매행致梅行 · 150
洪 海 里
그대가 그리우면
그대 곁에 가까이 다가갑니다
그래도 그대가 그리우면
그대 손을 가만히 잡아 봅니다
그래도 또 그대가 그리우면
그대 몸에 살며시 손을 댑니다
그대의 몸에 몸을 대고 있으면
나는 그대로 물이 됩니다
그리 하여, 그리 하여
그대 속으로 서서히 스며듭니다
그러면, 나는
그대와 하나가 됩니다
그대가 부르는 소리를 따라
그대를 향해 가는 길이 납니다
그대에게 가는 길마다
빛이 쌓이고 쌓여 꽃이 피어납니다
그 꽃이 피워내는 향이
천상에까지 가득 차 오릅니다.
* 시집『愛蘭』에서 재수록.
* 벼 : http://cafe.daum.net/yesarts 에서 올김.
* 보내주신 시집 『치매행致梅行』을 다 읽자 겨울로 접어들었습니다.
춥고 시린 겨울 지나면 가장 먼저 매화꽃이 피어나겠지요.
신약을 개발 중이라니 “지금은/ 북풍한설/ 섣달그믐 한밤”(「약속」)지나면 선생님 가정에도
매화꽃이 다시 피어나는 행복과 평화가 깃들기를 소망해봅니다.
그래서 사모님께서 구구절절 애끓는 사랑의 노래 150편을 읽고 환희의 눈물을 흘리는 날이 오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어느 누구의 어떤 말의 위로도 선생님의 슬픔을 덜어주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실은 저도 91세의 시아버님이 2년을 편찮으시다 올 봄에 돌아가셨습니다.
자식의 도리로써 마땅한 그 일 이외에도 집안에 가족 중에 또 우환이 생겨 “북풍한설/섣달그믐 한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청천벽력같은 일을 당하고 “하필이면, 하필이면 왜, 하는 원망”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내 탓, 네 탓 하며 하루도 울지않은 날 없이 소모하다가 지금은 순명順命, 기도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습니다.(처음 밝히는 비밀)
그래서 선생님의 싯귀, 한 구절, 한 구절이 아프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
시의 치유력이 새삼 놀라워 한땀 한땀, 벌어진 마음의 상처를 꿰매주기도 합니다.
“그대의 몸에 몸을 대고 있으면/ 나는 그대로 물이 됩니다
그리하여, 그리하여/ 그대 속으로 서서히 스며듭니다”
大尾를 장식한 「물- 치매행致梅行 · 150」 이 제 마음 속에도 스며들어 강퍅함을 순하게 보듬어 줍니다.
비슷한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큰 위안과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남이 겪는 일이 결국 모두 저의 일이 되는 아픔에 대한 순명順命입니다.
날씨가 추워지려고 비가 자주 내립니다.
제비붓꽃 아내와 “함께 있는 복”을 누리시며 너무 춥지않은 겨울 보내시길,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시집 감사합니다.
2015. 11. 25
주경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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