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팝꽃
洪 海 里
밭머리 무덤가의
하얀 작은 꽃
왜 그리 서러운지
배가 고픈 꽃.
먹어도 배가 고픈
하얀 고봉밥
밭머리 무덤가의
서러운 이밥.
-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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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뉴스 2016. 4. 24. <최희 시인의 맛있는 시감상>
대다수 사람들의 관심인 다이어트 시대에 이 시가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허기 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애잔한 시이다. 평생 시의 길을 걸어온 홍해리 시인의 조팝꽃이다.
음식 쓰레기의 홍수 속에 사는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며칠 전 흐드러진 동네 천변을 거닐다가 조팝꽃을 보았다.
쉽게 눈에 띄는 꽃이 아닌데 걸음이 저절로 멈춰져서 한참 동안이나 눈이 시리도록 보았던 꽃,
그 옛날 춘궁기의 막바지에서 소복소복 피어나던 하얀 그 꽃, 마치 고소한 팝콘 같기도 했다.
홍해리 시인의 시 조팝꽃이 찡하게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고봉밥이 소원이었던 시절을 겪어낸 세대인 시인의 눈이기에 아마도 무덤가에 처연히 핀 조팝꽃을 보면서
가난했던 시절의 자신 혹은 부모형제나 아님 누군가를 떠올렸을 것이고
또한 하얀 고봉쌀밥을 배부르게 먹고파 누군가가 꽃으로 환생한 것으로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짧은 시 속에서 지게 지고 앞산 뒷산 오르내리던 어느 촌부와 가마솥의 꽁보리밥이라도 고봉으로
차려내면 흐뭇했을 아낙의 이마에 땀을 보는 듯하다.
언뜻 보면 싸리꽃 같기도 한 조팝꽃!
내 어린 시절 도시락을 고구마나 감자로 싸오든가 아님 못 싸오던 짝꿍이 떠오른다.
어디에서 잘 살고 있는지, 이 봄날 그 친구와 마주앉아 냉잇국에 보리굴비 구워내
하얀 쌀밥 한 그릇씩 오순도순 나누어 먹고 싶은데...
- 최 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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