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물건

洪 海 里 2015. 6. 11. 04:58

물건

 

洪 海 里

 

 

 

은화를 기르던 풋고추가

검붉은 색깔로 변하고

다시 시뻘건 물건으로 변화하면

은화가 금화로 바뀌었지

오줌 쏘기로 기선을 잡던 시절

멀리쏘기와 높이쏘기의 힘과 기술을 익혀

살았다 죽었다를 반복하는 만복의 중심

마침내 좆이 되었다

기적소리 기척도 없는 칠흑의 동굴로

열차는 기름 먹은 몸으로 달려가다

번개 치고 천둥 울고 벼락 때리는

불 속으로 뛰어들면

새벽을 깨우는 소방차 소리 요란했다

나의 보석 같은 대리석 기둥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푸른 바다를 홀로 항해하는 일등 항해사의

돛대였다

살면 서고 죽으면 줄어드는

이 은밀한 생명의 신비여

검붉은 청동빛 기둥에 새겨진 비명碑銘

비명소리만 늘 요란했지 별것 아니었다고

말하지 마라

살아 있다는 것은 늘 요란한 것

살고 죽는 것이 둘이 아니라 하나다

무술[玄酒] 삼천 사발을 마시고 나면.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 2016)


   * 홍해리 시인처럼 물건을 이처럼 당당하고 재밌게 표현한 시를

나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풋고추에서 만복의 중심인 좆이 되기

까지의 과정, 그리고 물건의 의미를 장엄하게 표현하였다.

 

번개 치고 천둥 울고 벼락 때리는 소리 .....

살고 죽는 소리 새벽부터 요란하다. 이 시어는 홍해리 시인의 전매특허다.

누구라도 이 표현을 쓸 때는 반드시 그 출처를 명시해야 할 것이다.

 

시인의 다른 싯귀를 보자. 이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가?

 

"투명한 이른 봄날 이른 아침에 /

실 한 오라기 걸치지 않은 여인女人의 중심中心 /

실한 무게의 남근男根이 하늘에 걸려 있다

  ( "난꽃이 피면" 부분 / 홍해리 시집 대추꽃 초록빛/ 1987)

 

홍해리 시인은 매사에 솔직하고 당당하듯이 성에 대한 표현도 이렇게

건강하고 아름답다.

 

시인은 내년이면 팔순이신데 아직도 꼿꼿한 허리며 늘씬한 몸매와

맑은 피부, 덥수룩한 구레나룻 수염, 게다가 청바지 차림으로 나서면 

여전히 남성미가 넘친다.

 

아마도 젊은 날 수많은 여인네들의 마음을 홀렸으리라 짐작된다.

영문학을 전공한 시인게다가 키도 훤칠하고 한 인물 하시니

속 밝히는 여인네들 가슴 두근두근 했으리라...

  - 道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