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납량納凉

洪 海 里 2015. 8. 2. 22:48

납량納凉

 

洪 海 里

 

 

 

저녁때 논에 물을 보러 나갔다.

이웃이 물을 빼 자기 논으로 넣고 있었다.

싸움이 벌어져 삽으로 내리쳤다.

열아홉 딸애가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

배꼽이 하늘을 보고 있었다.

염소뿔이 녹는 폭염·가뭄이 계속되었다.

내리 며칠을 퍼붓는 비가 멎지 않았다.

물이 넘쳐 방축이 무너졌다.

둑 아래 논이 몽땅 씻겨내려갔다.

1950년 8월의 일이었다.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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