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사 꽃무릇
洪 海 里
내 사랑은 용천사로 꽃 구경가고
혼자 남아 막걸리나 마시고 있자니
발그림자도 않던 꽃 그림자가
해질 임시 언뜻 술잔에 와 그냥 안긴다
오다가 길가에서 깨 터는 향기도 담았는지
열예닐곱 깔깔대는 소리가 빨갛게 비친다
한평생 가는 길이 좀 외로우면 어떠랴마는
절마당 쓸고 있는 풍경 소리 따라
금싸라기 햇볕이 이리 알알 지천이니
잎이 없어도 꽃은 잘 피어 하늘 밝히고
지고 나면 이파리만
퍼렇게 겨울을 나는
꽃무릇 구경이나 가고픈
가을날 한때.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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