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納凉
洪 海 里
저녁때 논에 물을 보러 나갔다.
이웃이 물을 빼 자기 논으로 넣고 있었다.
싸움이 벌어져 삽으로 내리쳤다.
열아홉 딸애가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
배꼽이 하늘을 보고 있었다.
염소뿔이 녹는 폭염·가뭄이 계속되었다.
내리 며칠을 퍼붓는 비가 멎지 않았다.
물이 넘쳐 방축이 무너졌다.
둑 아래 논이 몽땅 씻겨내려갔다.
1950년 8월의 일이었다.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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