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한가위 보름달 - 치매행致梅行 · 173

洪 海 里 2015. 9. 21. 04:32

한가위 보름달

- 치매행致梅行 · 173

 

洪 海 里

 

 

 

아버지 어머니,

평안히 계시는지요?

 

아버지는 1978년에 가시고

어머니는 스물세 해 뒤에 가셨습니다.

 

그러니 두 분이 가신 지

꽤나 오래되었습니다.

 

올해도 지상엔 오곡백과가 둥글둥글합니다.

그러나 제 가슴은 흉년이 들어

추석 차례상도 차리지 못했습니다.

 

하여, 하늘 높이

달 하나 덩그마니 띄워 놓았습니다.

올해는 달떡 드시며 한가위를 지내십시오.

 

휘영청 밝은 달빛에

무릎 꿇어 큰절을 올립니다.

 

부디 불초자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어머니, 아버지!

 

 

* 계영배戒盈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