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보름달
- 치매행致梅行 · 173
洪 海 里
아버지 어머니,
평안히 계시는지요?
아버지는 1978년에 가시고
어머니는 스물세 해 뒤에 가셨습니다.
그러니 두 분이 가신 지
꽤나 오래되었습니다.
올해도 지상엔 오곡백과가 둥글둥글합니다.
그러나 제 가슴은 흉년이 들어
추석 차례상도 차리지 못했습니다.
하여, 하늘 높이
달 하나 덩그마니 띄워 놓았습니다.
올해는 달떡 드시며 한가위를 지내십시오.
휘영청 밝은 달빛에
무릎 꿇어 큰절을 올립니다.
부디 불초자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어머니, 아버지!
* 계영배戒盈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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