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투명감옥 - 치매행致梅行 · 172

洪 海 里 2015. 9. 19. 08:28

투명감옥

- 치매행致梅行 · 172

 

洪 海 里

 

 

 

어쩌자고 아내는 저 속으로 들어갔을까

이러저러지도 못하는 나는 밖에서 떠돌고 있다

 

아니, 아내는 밖에서 자유롭게 놀고 있고

갇힌 나는 칠흑의 절벽만 바라보고 있다

 

내가 나가지도

아내가 들어오지도 못하는

 

투명한 유리감옥!

 

답답한 구경꾼과

안타까운 수인囚人

 

마주보고 있어도 천리 밖

먼먼 너의 목소리

 

귀를 나발喇叭처럼 열어도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 들리지 않는다.

 

- 계간《창작21》2016.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