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지뢰 - 치매행致梅行 · 175

洪 海 里 2015. 12. 2. 09:35

지뢰

- 치매행致梅行 · 175

 

洪 海 里

 

 

아내는 민첩한 지뢰 매설 전문가

순간적으로

신출귀몰하게 작업을 완수한다

 

지뢰는 답답한 속을 드러내기 위해

불쌍한 영혼이 만들어 내는

찰나의 작품

 

녀석은 자신의 위치를 밝히는 법이 없다

터지는 굉음도 없이, 물큰

폭발한다

 

아내는 자기에게 소홀하다 싶으면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여지없이 어딘가에 녀석을 묻는다

 

가진 것이라곤 시간뿐인

녀석은 터지기 위해

술래처럼 오직 기다리고 있을 뿐

 

그러니, 결코 한순간도

먼눈팔지 마라

한눈팔다 큰코다치는 수가 있다.

 

- 계간《창작21》2016.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