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세이천행洗耳泉行

洪 海 里 2015. 11. 13. 10:29

 

 

세이천행洗耳泉行

 

洪 海 里

 

 

 

상을 받는 건 좋은 일인가?

상을 타는 건 신나는 일인가?

상을 타고 받는 상상은 즐겁고 행복한 일인가?

 

상을 타도록 누가 추천하겠다고 합니다

나는 상을 받을 만한 작품을 쓴 적도 없습니다

상을 탈 만한 인물도 못 됩니다

그런데 누구누구한테 빨리 시집을 보내라고 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딸을 시집보낸 지 채 한 해도 되지 않았습니다

언제 딸을 낳아 길러 시집을 보내나 걱정입니다

평생 시집 안 보내고 상 안 받는 게 편합니다

이제껏 안 받은 상 이제 받아 뭣 하겠습니까

그러니 다음과 같이 추천의 글을 써 주십시오

 

"위의 사람은 상을 받을 자격도 없고

 

상을 받을 위인도 아니니

 

이 사람에게 상을 주지 않도록 이에 추천합니다

 

2015년 00월 00일

 

추천인  0 0 0  (인)"

 

"시인은 감투도 명예도 아니다

상을 타기 위해, 시비를 세우기 위해, 동분하고 서주할 일인가

그 시간과 수고를 시 쓰는 일에 투자하라

그것이 시인에겐 소득이요, 독자에겐 기쁨이다

오로지 올곧은 선비의 양심과 정신이 필요할 따름이다

변두리 시인이면 어떻고 아웃사이더면 어떤가

목숨이 내 것이듯 시도 갈 때는 다 놓고 갈 것이니 누굴 위해 쓰는 것은 아니다

는 시적是的인 것임을 시인詩人으로서 시인是認한다

생전에 상을 받을 일도, 살아서 시비를 세울 일도 없다

으로 상을 당할 일도 아니고 시비詩碑로 시비是非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다

시인은 새벽 한 대접의 냉수로 충분한 대접을 받는다

시는 시로서, 시인은 시인으로서 존재하면 된다

그것이 시인이 받을 보상이다."

       - 「명창정궤明窓淨几의 詩를 위하여」의 일부, 시집『비밀』(우리글, 2010)

 

"이름없는 시인이란 말이 있다

시인은 이름으로 말해선 안 된다

다만 시로 말해야 한다

이름이나 얻으려고 장바닥의 주린 개처럼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고 기웃대지는 말 일이다

그래서 천박舛駁하거나 천박淺薄한 유명시인이 되면 무얼 하겠는가

속물시인,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꺼귀꺼귀하는 속물이 되지 말 일이다

가슴에 산을 담고 물처럼 바람처럼 자유스럽게 사는 시인

자연을 즐기며 벗바리 삼아 올곧게 사는 시인

욕심없이 허물없이 멋을 누리는 정신이 느티나무 같은 시인

유명한 시인보다는 혼이 살아 있는 시인, 만나면 반가운 시를 쓰는 좋은 시인이 될 일이다."

      -「고운야학孤雲野鶴의 詩를 위하여」의 일부, 시선집『시인이여 詩人이여』(2011, 우리글)

 

나,

오늘

북한산 우이동 골짜기

세이천洗耳泉에 올라갑니다.

 

 

 -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 2016)

* 이 글은 이번 시집의 후기로 <끝내는 말>로 올림.

 

* 사진 : http://cafe.daum.net/yesarts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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