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다
- 치매행致梅行 · 181
洪 海 里
하루 종일 홀로 집을 지키다
주인이 돌아오자
꼬리 치며 기어오르는 강아지처럼
저녁에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내
목을 끌어안고
얼굴을 비벼 대며 키스를 퍼붓습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젊은 연인이기나 한 듯
남녘으로부터 들려오는 꽃소식에
요 며칠 아내의 얼굴에도 꽃이 핍니다
얼마 전만 해도
귀가 차량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안 가!", "싫어!" 하며
떼쓰고 억지를 부렸는데
봄바람이 좋긴 좋습니다
아내의 동토에도 이대로 봄이 와
꽃 피고 새가 우는 나라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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