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꽃이 피다 - 치매행致梅行 · 181

洪 海 里 2016. 4. 5. 11:12

꽃이 피다 

- 치매행致梅行 · 181

 

洪 海 里


 

 


 

하루 종일 홀로 집을 지키다

주인이 돌아오자

꼬리 치며 기어오르는 강아지처럼

 

저녁에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내

목을 끌어안고

얼굴을 비벼 대며 키스를 퍼붓습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젊은 연인이기나 한 듯

 

남녘으로부터 들려오는 꽃소식에

요 며칠 아내의 얼굴에도 꽃이 핍니다

 

얼마 전만 해도

귀가 차량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안 가!", "싫어!" 하며

떼쓰고 억지를 부렸는데

 

봄바람이 좋긴 좋습니다

아내의 동토에도 이대로 봄이 와

꽃 피고 새가 우는 나라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