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정곡론正鵠論』(2020)

호박꽃 피다

洪 海 里 2016. 6. 7. 12:55

호박꽃 피다


洪 海 里




새벽부터 꾀꼬리가 울어 쌓더니

뜰에 심은 호박이 꽃을 피웠다

그제 한 송

어제 또 하나

노란 수꽃만 피다

드디어 오늘 암꽃이 피었다


아침 일찍 누가 기별을 했는지

호박벌 한 마리 벌써 꽃 속에 들어가

꺽정이처럼 당당하게 놀고 있다


수꽃이 먼저 피어 기다리는 것은

암꽃에 대한 배려요 헌신이다

수꽃이 노량으로 피어 있는 듯하나

벌이 오는 길을 밝혀 주고 안내해

녀석을 유혹하는 미끼요

함정이다, 수꽃은


암꽃은 벌써 신방을 꾸렸다

어느새 생때같은 호박벌 한 마 

호사를 누리고 있다

물컹 비린내가 나는가

묵정밭 같은 내 가슴에도 알이 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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