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洪 海 里
밤을 도와 귀뚜라미
실 잣는 소리
실쏠실쏠 솔쏠솔쏠
목청 틔우고
귀를 세워 달빛 모아
베 짜는 소리
새벽 세 시 홀로 듣는
이승의 노래.
<감상>
시는 가을밤 창문에 걸리는 소리다. 세상 모든 소리가 허공을
돌다가 한 번은 귀에 닿겠지만, 시는 새벽까지 긷던 하늘도
호수도 깊어진 가을밤 방울방울 이슬로 맺혔다가 떨어지는
노래다.
시인은 새벽 세 시 이승의 소리를 듣는 사람이다. 창문에
한 가닥씩 엮인 소리 씨줄 날줄 결대로 읽다 보면 누군가
몸에 들였다가 내놓은 노래를 들을 것이다. 시인은 몸에 살다가
나온 소리를 들려주는 사람이다.
- 금강하구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