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정곡론正鵠論』(2020)

가을밤

洪 海 里 2016. 7. 3. 05:43

가을밤

 

洪 海 里




밤을 도와 귀뚜라미
실 잣는 소리

실쏠실쏠 솔쏠솔쏠
목청 틔우고

귀를 세워 달빛 모아
베 짜는 소리

새벽 세 시 홀로 듣는
이승의 노래.



<감상>

  시는 가을밤 창문에 걸리는 소리다. 세상 모든 소리가 허공을

돌다가 한 번은 귀에 닿겠지만, 시는 새벽까지 긷던 하늘도

호수도 깊어진 가을밤 방울방울 이슬로 맺혔다가 떨어지는

노래다.


  시인은 새벽 세 시 이승의 소리를 듣는 사람이다. 창문에

한 가닥씩 엮인 소리 씨줄 날줄 결대로 읽다 보면 누군가

몸에 들였다가 내놓은 노래를 들을 것이다. 시인은 몸에 살다가

나온 소리를 들려주는 사람이다.

- 금강하구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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