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서우瑞雨 이무원李茂原 시인
洪 海 里
1.서우瑞雨에게
꽃이 피는데
너는 떠나가 버리는구나!
꽃이 져도
난 너를 보내지 않는다.
꽃이 피고 지고
또 피었다 지는,
먼 그때에도
나는 너를 보낸 적 없다.
2.바보친구
시 한 편 써 달라 하면
"알았어!"
글씨 한 점 부탁해도
"그럴께!"
그림 한 점 그려 달라 하면
"그래!"
술 한잔하자 해도
"좋아!" 하던,
그게 서우瑞雨였다,
내 친구!
3.서우 내 친구
너는 물같은 사람이었다
아니, 물이었다
너에게 가는 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산에 오를 때 잠시 쉬었다 다시
비는 내리는데
조팝꽃 무더기무더기 피어
하얀 울음을 울고 있었다
술 한잔 따뤄 놓고
박흥순 화백은 담배 한 개비 불 붙여 놓고
인사를 건네는데
옆에 선 수영, 재숙 시인이 꺼이꺼이 꺽꺽꺽
울음을 토해 내 말을 막고 있었다
청룡리 능갓의 천년 느티나무는 그대로인데
집은 간 데 없고
한밤중 나가서 목물을 하던
논 한가운데 있던 우물도 메워지고 없었다
우리 둘의 추억조차 이렇게 사라지고
너는 아련한 거리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우리 거리가 아득하고 멀기만 하다.
- 월간《우리詩》(2017. 8월호)
* 2015년 4월 17일 2시 40분 일산 백병원에서 瑞雨는 저세상으로 갔다.
나보다 한 해 늦게 왔다 55년 친구를 두고 먼저 가 버렸다.
그가 간 후 우리는 몇 번 만났다.
내가 찾아갈 수 없으니 매번 친구가 나를 찾아왔다.
며칠 전에도 그 선한 웃음으로 환하게 내게 오더니 오늘 새벽에도 날 찾아왔다.
그의 외동딸 송희에게 전화를 할까 하다 전화를 받으면 힘들어 할까 봐 그만두었다.
그런데 오늘 점심을 하며 막걸리를 한잔하고 있는데 송희가 전화를 했다.
아버지 생신을 맞아 친구랑 같이 산소에 와 있다며 짠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다.
나는 바보와 평생 친구로 살아온 것이 행복하기 그지없다.
* 2017. 4. 19. 새벽에 瑞雨가 왔다
김구정진이란 사람의 주소를 알려 달라고 해서 주소록을 아무리 뒤져봐도 그런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누굴까, 그 사람이?
(李茂原 : 1942. 6. 7. ~ 2015. 4. 17.)
* 瑞雨 이무원 시인(2015. 4. 17. 2시 40분 일산 백병원에서 영면)
* 이무원 시인의 마지막 모습 : 2015. 3. 28. 제321회 우이시낭송회
* 인사동 어느 음식점에서 임보, 홍해리, 이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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