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내 친구 서우瑞雨 1. 2. 3.

洪 海 里 2017. 4. 18. 10:58

내 친구 서우瑞雨 이무원李茂原 시인 

 

洪 海 里

 

 

1.서우瑞雨에게

 

꽃이 피는데

너는 떠나가 버리는구나!

 

꽃이 져도

난 너를 보내지 않는다.

 

꽃이 피고 지고

또 피었다 지는,

 

먼 그때에도

나는 너를 보낸 적 없다.

 

 

2.바보친구

 

시 한 편 써 달라 하면

"알았어!"

 

글씨 한 점 부탁해도

"그럴께!"

 

그림 한 점 그려 달라 하면

"그래!"

 

술 한잔하자 해도

"좋아!" 하던,

 

그게 서우瑞雨였다,

내 친구!

 

 

3.서우 내 친구

 

너는 물같은 사람이었다

아니, 물이었다

너에게 가는 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산에 오를 때 잠시 쉬었다 다시

비는 내리는데

조팝꽃 무더기무더기 피어

하얀 울음을 울고 있었다

술 한잔 따뤄 놓고

박흥순 화백은 담배 한 개비 불 붙여 놓고

인사를 건네는데

옆에 선 수영, 재숙 시인이 꺼이꺼이 꺽꺽꺽

울음을 토해 내 말을 막고 있었다

청룡리 능갓의 천년 느티나무는 그대로인데

집은 간 데 없고

한밤중 나가서 목물을 하던

논 한가운데 있던 우물도 메워지고 없었다

우리 둘의 추억조차 이렇게 사라지고

너는 아련한 거리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우리 거리가 아득하고 멀기만 하다.

 

- 월간《우리詩》(2017. 8월호)

 

 

* 2015년 4월 17일 2시 40분 일산 백병원에서 瑞雨는 저세상으로 갔다.

나보다 한 해 늦게 왔다 55년 친구를 두고 먼저 가 버렸다.

그가 간 후 우리는 몇 번 만났다.

내가 찾아갈 수 없으니 매번 친구가 나를 찾아왔다.

며칠 전에도  그 선한 웃음으로 환하게 내게 오더니 오늘 새벽에도 날 찾아왔다.

그의 외동딸 송희에게 전화를 할까 하다 전화를 받으면 힘들어 할까 봐 그만두었다.

그런데 오늘 점심을 하며 막걸리를 한잔하고 있는데 송희가 전화를 했다.

아버지 생신을 맞아 친구랑 같이 산소에 와 있다며 짠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다.

나는 바보와 평생 친구로 살아온 것이 행복하기 그지없다.

 

 

* 2017. 4. 19. 새벽에 瑞雨가 왔다
김구정진이란 사람의 주소를 알려 달라고 해서 주소록을 아무리 뒤져봐도 그런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누굴까, 그 사람이?

 

(李茂原 : 1942. 6. 7. ~ 2015. 4. 17.)

 

 

 

* 瑞雨 이무원 시인(2015. 4. 17. 2시 40분 일산 백병원에서 영면)

 

  * 이무원 시인의 마지막 모습 : 2015. 3. 28. 제321회 우이시낭송회

 

 

* 인사동 어느 음식점에서 임보, 홍해리, 이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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