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옷과 이름

洪 海 里 2017. 3. 14. 09:30

옷과 이름


洪 海 里




다 벗어 버렸으면 좋겠다

보일 것도, 보여줄 것도 없다

물 말라 쪼그라든 망태

쓸모 없는 작대기

한겨울엔 추워 떨기도 하겠지만

썩어질 몸뚱어리 좀 춥다고

그게 어디 대수일까

대통령이란 무거운 옷을 벗기우고도

실실 웃을 수 있으니 행복하겠지만

나도 시인이란 헛옷을 벗었으면 좋겠다

다 벗어 버리고

홀가분하게, 호젓하게 살고 싶다

북한산 우이동 골짜기가 텅 비었으면 좋겠다

썩은 고기 한 덩이 더 뺐어 먹으려고

껄떡대는 하이에나들

마지막으로 얼굴 한 번 더 내보이려고

주변을 맴도는 헛개비들, 꾼들 다 가라 가 버려라

가벼운 영혼으로

잘 빤 육신의 마지막 가루로

저 푸르고 너른 바다에 뿌려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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