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과 이름
洪 海 里
다 벗어 버렸으면 좋겠다
보일 것도, 보여줄 것도 없다
물 말라 쪼그라든 망태
쓸모 없는 작대기
한겨울엔 추워 떨기도 하겠지만
썩어질 몸뚱어리 좀 춥다고
그게 어디 대수일까
대통령이란 무거운 옷을 벗기우고도
실실 웃을 수 있으니 행복하겠지만
나도 시인이란 헛옷을 벗었으면 좋겠다
다 벗어 버리고
홀가분하게, 호젓하게 살고 싶다
북한산 우이동 골짜기가 텅 비었으면 좋겠다
썩은 고기 한 덩이 더 뺐어 먹으려고
껄떡대는 하이에나들
마지막으로 얼굴 한 번 더 내보이려고
주변을 맴도는 헛개비들, 꾼들 다 가라 가 버려라
가벼운 영혼으로
잘 빤 육신의 마지막 가루로
저 푸르고 너른 바다에 뿌려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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