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오늘은 눈썹도 천근이다 - 치매행致梅行 · 231

洪 海 里 2017. 5. 26. 10:45

오늘은 눈썹도 천근이다

- 치매행致梅行 · 231


洪 海 里




나이 든 사내

혼자 먹는 밥.


집 나간 입맛 따라

밥맛 달아나고,


술맛이 떨어지니

살맛도 없어,


쓰디쓴 저녁답

오늘은 눈썹도 천근이다.




* 혼자 먹는 밥은 외롭다. 모양도 그렇거니와 맛도 그렇다.

이렇게 보편적으로 써놓은 문장에 나는 맛을 잃어버린 사람의 표정을 얹어본다.

조심스럽게. 대개 겉모양으로 속을 판단할 수는 있지만, 밥 먹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품는다.

더구나 스스로 밥상을 차린 나이 든 사내라니.


  혼자 먹다가 겸상을 이룬 사람과 겸상을 맛보다가 혼자 먹게 된 사람의 표현법은 다르다.

단지 어법의 차이가 아니고 사는 맛의 가름이다.

쓰디쓴 저녁답을 맞는 시인의 밥상에 내 뜰에 심은 푸성귀라도 들이고 싶으나, 마음뿐이다.

대신 밥도 시도 함께 먹어야 맛있다는 말을 쓴다.

   - 금 강.



  * 나이 든 사내는 이제 혼자 밥을 먹습니다. 누구도 곁에 있지 않은 시간이 돌아온 것이겠지요. 아니, 곁에 누가 있어도 없는 듯이 살고 있다면 그것은 인간에게 더 지독한 고독을 맛보게 하는 일상일 겁니다. 그렇게 화자는 지금 혼자 먹는 밥에 대하여 홀로 상념에 잠깁니다. 혼자 먹는 밥이란, “술맛도 떨어지”는 일이고. 또한 “살맛도 떨어지”는 일이라고 화자는 일갈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혼자 먹는 밥은 ”눈썹도 천근“으로 내려앉는 무겁고 또 지난한 일이라는 것을 시인은 ‘치매행 231편’에서 언표합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치매행의 시편들을 아내가 병석에 눕고서부터 지속적으로 적어나가셨던 겁니다. 어쨌거나 나이든 사내가 치매에 든 아내를 곁에 눕혀 놓고 혼자 먹는 밥, 그것은 도대체 어떤 지옥을 헤매는 일일까요.

  - 손현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