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얼음미라 - 치매행致梅行 · 180 / 이경철(평론가)

洪 海 里 2017. 7. 18. 04:40

얼음미라

 - 치매행致梅行 · 180

 

                   洪 海 里

 

 

한겨울에 그것도 한밤중에

꽝꽝어둠 속으로 뛰쳐 나가는 아내

문을 탕탕 두드리며

무작정 밖으로 달려 나가는 아내

그래 나가자, 차라리

나가서 우리 함께 꽁꽁 얼어 버리자

허허바다나 허허들판인들 어떻겠느냐

허허실실 웃다가

얼어서 미라가 되어 버린들 어떻겠느냐

한 천년 동안 그렇게 죽어 있다가

다시 천년 후에나 슬슬 녹아서

물이 되어 땅속으로 스며들면 되지 않겠는가

울음소리도 죽이고 조용히 스며들었다

물이 다 마르면 화석이 되어

찬란한 햇빛에 눈이 부셔서

산산이 깨어져 가루가 되면 좋지 않겠는가

그렇잖겠는가, 아내여!

                                         

 

  * 가슴 미어지게 아픈 시이다. 진솔하게 아파서 아름답고 감동적인 시이다.

이런 완벽한 감동을 주는 시에는 촌평이라도 따르면 그게 더 추접스럽다.

  한 30년 평론이란 걸 하고 있지만 이런 좋은 시를 만나면 너무 좋고 가슴

이 미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사랑과 삶이 무엇인지, 우리라는 존재의 현상과 본질은 무엇인지를 언어와

실재가 그대로 일치하는 의성어, 의태어 등을 절절히 사용하며 실감으로

드러내고 있는 위 시 한번 찬찬히 감상해보시라.

  구구절절이 좋지 않으신가. 아직 미련이 남아 중천을 떠돌고 있는 귀신들도

이 시를 보면 감읍해 열반적멸에 들 시이다.

 

                    - 이경철 (문학평론가) /《월간문학》(2017,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