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여정河東餘情
홍해리
보리누름 지나고 모내기 마치면
섬진강 끌고 노는 버들전어 떼
물 위로 반짝, 반짝, 몸을 던지지
색시비 내리는 날 배를 띄우고
무람없는 악동들 물치마 열면
사내들의 몸에선 밤꽃이 솟네.
- 시집 『독종』, 북인, 2012
초여름 섬진강은 유난히 반짝거리고 마른 모래 색깔도 곱다. 남원을 돌고 곡성으로 내려가 구례와 마주 앉은 하동까지 조잘조잘 이야기를 풀기에 알맞다. 유연하게 허리를 감아 돌며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강물이다.
굽이굽이 강이 만들어준 여정旅程에 조금씩 덜어놓은 여정餘情을 추스르는 맛은 어떤가. 이제 와 물치마 열거나 버들전어처럼 보드라운 여인을 만날 일 없으나, 강을 거슬러 오르는 몸에 한 번 밤꽃이 솟을 것이다.
출처 : 금강하구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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